이미 안경사가 되었다면 공부는 그저 선택일 뿐이다!
1991년. 안경원에 일하러 갔지만 음악 듣고 놀면서 시키는 일이나 하던 20대 초반. 공부는 무슨...
1995년. 무작정 공부하다. 혼자 책을 외우던 20대 중반. 읽어도 읽어도 무슨 말인지 잘 몰랐다. 그래도 계속 읽었다.
1999년. 첫 번째 안경원을 열다. 읽던 책은 안드로메다로 보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경원도 안드로메다로 갔다.
2000년. 혼자 잘난 줄 알던 30대 초반. 안경사공부모임을 만들다. 사람들이 외계어를 한다. 다시 책을 들다.
2002년. 두 번째 안경원을 열다. 혼자 공부할 공간을 얻다. 더 많이 읽기 위해 노력하던 30대.
2010년. 벌써 10년. 많은 사람들이 안경사공부모임을 거쳐 갔다. 10년 전 그렇게 열정적이던 이들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2012년. 나는 여전히 안경사공부모임에서 그들과 새로운 사람을 기다린다.
내 나이 서른에 만든 안경사공부모임이 어느새 내 인생 중 1/4 이상이 되었다.
내 나이 서른에 상상하던 40대는 어땠을까?
내 나이 서른에 상상해본 적도 없는 일은 강의하는 모습, 책 때문에 글과 그림을 작업하는 모습, 아이들 셋과 함께 노는 모습 정도.
내 나이 스물에 서른은 상상되지 않았고, 내 나이 서른에 마흔은 오지 않을 것 같은 나이였다.
나는 내 나이 마흔을 넘기면 더 이상 공부에 관심을 두지 않을 줄 알았다. 그냥 초탈할 줄 알았다.
내 나이 마흔을 넘긴 지금......나는 쓰던 글이 잘 풀리지 않아 고민하고 있다. 초탈은 무슨...
누진렌즈에 대한 책을 집필하면서 며칠 전 호야 렌즈 부분에 지도 모양의 그림을 하나 넣었다. 다음 내용을 쓰기 위해서 오늘 다시 보니까 기분이 그냥 좀 그렇다. 내 인생에 지도가 있어서 앞을 내다볼 줄 알았다면 지금과 다른 선택을 했을까? 과연 2000년에 안경사공부모임을 만들었을까?
서미트 프로가 처음 나왔을 때 손님에게 추천해서 만들어 주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년도 넘은 일이다. 그때는 몰랐다. 나중에 이렇게 누진렌즈를 분류하는 그림에서 맨 밑에 두게 될 줄은...10년 전에 안경사공부모임에서 깜짝 놀랄만한 외계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때는 몰랐다. 그들이 그렇게 잊혀지게 될 줄은...
솔직히 공부는 선택이다. 따로 공부하지 않는다고 안경사로 일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지금 하는 공부가 앞으로 10년 후에 나를 어떻게 바꿔 놓을 것인지 지금은 알 수 없다. 하지만 10년을 꾸준히 공부했다면 적어도 쉽게 잊혀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적어도 공부를 더 했다고 손해는 보지 않는다. 강물에서 한 번 밀려가면 열심히 헤엄쳐 올라와도 처음 자리까지 되돌아 오는 일이 버겁다. 그러니 강물에 몸을 담갔으면 계속 헤엄쳐라. 떠내려가면 곧 잊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