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사의 깨달음

이미 안경사가 되었다면 공부는 그저 선택일 뿐이다!

아이아이안경 2012. 3. 22. 17:51

1991년. 안경원에 일하러 갔지만 음악 듣고 놀면서 시키는 일이나 하던 20대 초반. 공부는 무슨...

1995년. 무작정 공부하다. 혼자 책을 외우던 20대 중반. 읽어도 읽어도 무슨 말인지 잘 몰랐다. 그래도 계속 읽었다.

1999년. 첫 번째 안경원을 열다. 읽던 책은 안드로메다로 보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경원도 안드로메다로 갔다.

2000년. 혼자 잘난 줄 알던 30대 초반. 안경사공부모임을 만들다. 사람들이 외계어를 한다. 다시 책을 들다.

2002년. 두 번째 안경원을 열다. 혼자 공부할 공간을 얻다. 더 많이 읽기 위해 노력하던 30대.

2010년. 벌써 10년. 많은 사람들이 안경사공부모임을 거쳐 갔다. 10년 전 그렇게 열정적이던 이들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2012년. 나는 여전히 안경사공부모임에서 그들과 새로운 사람을 기다린다.

 

내 나이 서른에 만든 안경사공부모임이 어느새 내 인생 중 1/4 이상이 되었다.

내 나이 서른에 상상하던 40대는 어땠을까?

내 나이 서른에 상상해본 적도 없는 일은 강의하는 모습, 책 때문에 글과 그림을 작업하는 모습, 아이들 셋과 함께 노는 모습 정도.

내 나이 스물에 서른은 상상되지 않았고, 내 나이 서른에 마흔은 오지 않을 것 같은 나이였다.

나는 내 나이 마흔을 넘기면 더 이상 공부에 관심을 두지 않을 줄 알았다. 그냥 초탈할 줄 알았다.

내 나이 마흔을 넘긴 지금......나는 쓰던 글이 잘 풀리지 않아 고민하고 있다. 초탈은 무슨...

 

 

누진렌즈에 대한 책을 집필하면서 며칠 전 호야 렌즈 부분에 지도 모양의 그림을 하나 넣었다. 다음 내용을 쓰기 위해서 오늘 다시 보니까 기분이 그냥 좀 그렇다. 내 인생에 지도가 있어서 앞을 내다볼 줄 알았다면 지금과 다른 선택을 했을까? 과연 2000년에 안경사공부모임을 만들었을까?

 

서미트 프로가 처음 나왔을 때 손님에게 추천해서 만들어 주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년도 넘은 일이다. 그때는 몰랐다. 나중에 이렇게 누진렌즈를 분류하는 그림에서 맨 밑에 두게 될 줄은...10년 전에 안경사공부모임에서 깜짝 놀랄만한 외계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때는 몰랐다. 그들이 그렇게 잊혀지게 될 줄은...

 

솔직히 공부는 선택이다. 따로 공부하지 않는다고 안경사로 일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지금 하는 공부가 앞으로 10년 후에 나를 어떻게 바꿔 놓을 것인지 지금은 알 수 없다. 하지만 10년을 꾸준히 공부했다면 적어도 쉽게 잊혀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적어도 공부를 더 했다고 손해는 보지 않는다. 강물에서 한 번 밀려가면 열심히 헤엄쳐 올라와도 처음 자리까지 되돌아 오는 일이 버겁다. 그러니 강물에 몸을 담갔으면 계속 헤엄쳐라. 떠내려가면 곧 잊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