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을 할 때 뭔가에 대한 차이를 찾는다는 것이 어쩌면 자신만의 차이를 만들어 내는 일과 같지 않을까요.
저 또한 동료 안경사들에게 검사 중 찾아야 될 차이를 자주 언급합니다. 비슷비슷해보이지만 물 흐르듯이 지나가는 검사과정 중에 누군가는 그 차이를 찾고, 누군가는 방금 전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 느끼지 못하고 지나칩니다.
문진, 예비검사, 굴절검사, 조절검사, 양안시검사 등등 많은 검사법들이 교재에 소개되어 있고, 그 순서가 정리되어 있습니다. 검안 교재는 검사하는 방법과 순서가 제시된 책입니다. 검사 중 느껴야할 미묘한 차이까지 전부 소개해주는 교재는 없습니다. 그런 부분은 때로는 경험에서, 때로는 누군가 검사하는 모습을 보고, 때로는 무심코 지나가는 생각 중에, 때로는 일명 마에스터가 도제식으로 전달하는 기술 속에 숨어서 쌓이며 앞으로 나아갑니다. 제 바램은 여러 동료 안경사들이 검사 중 뭔가의 차이를 찾는 일을 통해서 자신만의 차이를 만들어 내는 창조적인 검사자를 꿈꾸었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자신만의 차이를 갖고 있는 사람이 진정한 안경 마에스터가 됩니다.
마에스터란 자신의 일 빼고는 매우 평범하게 남들과 뒤섞여 사는 사람일 것입니다. 대기업 브랜드에서 만들어져 반가공된 상태로 각 지점에 도착된 빵을 사먹으면서 우리가 그 빵의 특별함을 느끼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만약 우리 동네에 정말로 맛있고 자신만의 빵을 만드는 마에스터가 조그마한 빵집을 하고 있다면 우리는 그 빵집을 자랑스러워 할 것입니다.
안경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그다지 눈에 띄지는 않지만 그런 마에스터가 우리 동네에 조용히 자리를 잡고 눌러 앉아서 나만을 위한 검사를 해주고 나만을 위한 상담을 해주며 섬세한 눈길과 세심한 손길로 내 안경을 조제해준다는 것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안경 마에스터들은 대형 체인점들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마에스터로써의 삶을 영위하고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갈 힘을 얻는 것입니다.
안경 마에스터에게 큰 틀 속에서 작은 차이를 찾는 것이란 무엇일까요?
젊은 사람이 가까운 곳을 보면 눈이 피곤하다며 글자가 흐리거나 두 개로 보인다고 할 때, 가벼운 말투로 어떤 책이나 근용 시력표를 보라고 하며 대화 중에 베이스인 4~5 프리즘을 눈 앞에 갖다 놓았다가 치우는 행위처럼 옆에서 보고 있던 사람도 방금 뭘 한 것인가를 잘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지나가는 검사태도입니다. 방금 전에 글을 보는 것이 괜찮았냐고 슬쩍 묻는 질문에 괜찮았었다고 답한다면 적어도 심각한 조절과다 상태는 아니란 것을 마에스터는 느낍니다. 이렇듯 마에스터의 검사란 이런 작은 차이들이 전체 검사의 틀 속에 스며들어 체화된 기술입니다.
하루 아침에 마에스터가 되는 것을 꿈꾼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그러나 언젠가는 나도 그렇게 될 것이란 꿈을 놓지 않고 정진한다면 누구나 그런 꿈을 이룰 수 있습니다. 오랜 세월을 낭비해서 이미 그런 꿈에 도전할 때가 지났다고 생각하는 것도 어리석은 일입니다. 마에스터는 서른에 될 수도 있고, 마흔에 될 수도 있고, 쉰에 될 수도 있고, 환갑이 지나 일흔에 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서른에 마에스터라고 인정받은 사람이 마흔에 다시 스스로 인정하는 마에스터가 될 수도 있으며, 환갑이 지나서야 비로소 내가 아직도 멀었구나 하며 마에스터라는 호칭을 부끄러워 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이 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결코 진정한 마에스터가 되지 못하는 것이지요.
작은 차이를 찾아서 자신만의 작은 차이를 하나 더 늘리는 사람. 그것이 마에스터를 꿈꾸는 사람들의 첫 번째 특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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